인간관계는 이해관계 기반으로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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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는 이해관계 기반으로 성립한다
  • 입력 : 2022. 03.11(금) 16:59
  • 영암일보
이진국
㈜에덴뷰 대표·경영학박사
중국 전국시대에는 귀족의 영향력을 판단하기 위한 풍습 중 하나가 식객의 수였다. 제나라 재상이던 맹상군은 식객이 삼천 명이 넘었으며 식객을 대우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아끼지 않았다. 식객은 오늘날로 치면 유력 정치인들의 비서관이나 사무를 보조하는 비공식적인 가신을 말한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맹상군이 실권에서 쫓겨나자, 식객이 썰물처럼 다 떠나가고 풍환만이 혼자 남게 되었다. 훗날 맹상군이 다시 복직되자 풍환은 떠났던 식객들을 불러 모으려고 하였다. 맹상군은 풍환에게 탄식하며 말했다.

"나는 손님을 소중히 여기고 한 번도 소홀히 대접한 적이 없었소. 하지만 내가 자리에서 쫓겨나자 하루아침에 다 떠나갔소. 만약에 찾아오는 이가 있다면 그 얼굴에 반드시 침을 뱉어주고 싶소"

그러자 풍환은 정중하게 말을 하였다. "살아 있던 자가 죽는다는 것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부귀할 때는 따르는 사람이 많고 가난하고 천한 몸이 되면 벗이 적어지는 것은 본래 세상 이치입니다. 시장에 가면 아침에는 어깨를 부비며 서로 앞다투어 먼저 문으로 들어가려고 하지만 해가 진 뒤에는 시장을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저녁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저녁 시장에는 원하는 물건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미워하지 말고 그 전과 다름없이 대우해주셨으면 합니다" 이 이야기는 맹상군과 풍환의 일화로 사마천 "사기"에 쓰여 있다.

흔히 사람들은 부와 권력이 있을 때 사람들의 과도한 예절에 흡족해한다. 그러나 자신을 비추던 후광이 사라지면 '저녁 시장'처럼 매몰차게 돌아서는 게 세상의 인심이다. 다산 정약용조차도 친구들이 많았지만, 신유박해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고 유배 신세로 친구들한테서 연락이 끊기자 "친구들이 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말았다"라고 한탄한 적이 있다.

모든 인간은 이해관계 기반으로 인간관계가 성립하며 이익과 안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사람이 좋고 싫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부와 권력이 떨어졌다 하여 허탈해하고 다시 부와 권력을 가졌다고 오만할 필요가 없다.

오래전 일이다. 매입처 중 한 직원이 지병이 악화되어 갑자기 퇴사하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고작 일 년에 한두 번 보는 사이였지만 위로 차 그와 식사하기로 하였다. 몰라보게 핼쑥해진 얼굴은 한눈에도 건강이 악화된 모습이었다. 매일 병원에 출근하다시피 한다는 그의 말이 안쓰러웠다. 이후에도 자주 만났으며 속 깊은 이야기를 공유할 정도로 절친이 되었다. 수년이 흘렀다. 어느 날 국제유가 급등으로 원료 파동이 전 세계에서 발생하자 전국적으로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 회사도 피할 수 없는 초비상 상태였다. 그때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건강이 차차 회복되어 복직하게 되었다."라면서 "원자재는 확보되는 대로 최우선 공급하겠다"라는 전화였다. 하마터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처지였지만 그의 덕분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부와 권력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강력한 유인 요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는 절대적인 유발 요소는 아니다.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물건이 없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다 하더라도 두뇌 속의 계산기 전원을 끈 순수한 만남이 때론 인간관계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는 감동적인 해피엔딩이 될 수 있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