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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대한 사고철학이 이런 것일까. 정복의 대상 아니면 혼돈의 세상(무질서)를 찾아 볼 수 없는 평화로움 그 자체가 이곳에 있구나. 마음의 충만이 바로 이곳에...
벤쿠버에서 프레이저 강을 끼고 우리의 여행은 시작된다. 록키를 향해 몇 시간을 달렸을까. 때마침 길가 언덕 아래 흑곰이 나타났다는 아우성에 잠깐의 졸음에서 깨어나 자연과 동물과 인간과의 교감을 다시 느껴본다.
그 옆으로 몇 10만평은 됨직한 광활한 인삼밭(캠룸)을 보면서 과연 우리의 작은 땅 그리고 한정되어 있는 금산과 강화에서 생산되는 물량으로 저들과 소득경쟁이 되겠는가. 인삼의 효능이 서구의 코쟁이들에게도 탁월하다는 신비의 영약 아닌가. 비옥한 토양이라서 3년만에(우리나라는 6년) 수확한다니. 왜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일까.
프레이저 강이 흐르는 캠룸. 마을 햄프튼 호텔. 동화 속의 요정같은 목재의 단아한 건물. 막년설이 쌓여버린 록키의 준령들. 산자락 아래에서 재치있는 가이드가 들려준다. 아다모아의 눈이 내리네. ‘눈이 내리네. 하얀 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그 모습. 흰눈 속에 가리어 보이질 않네. 애처러이 불러도 보이질 않네. 라라 라라 라라라...’
가버린 당신이 참 좋아했던 노래였는데. 캐나다의 산자락(록키) 협곡에서 들어보는 애절하고 슬픈 여운으로 메아리 되어져 버리다니. 그리고 이어져 나오는 라나무스꾸리늬 ‘베사메 무쵸’. 양치는 소녀, 에델바이스. 감명 깊었던 영화 음악들. 내 마음은 더더욱 잃어버린 그 무엇으로 허전함 같은 쓸쓸함으로 다시 하늘을 우러러 침을 꿀꺽 삼켜본다. 분위기 있는 네스카페에서, 우리집 스테레오에서 들어보는 단조로운 음이 아닌 이 록키의 산자락품에 안겨 벤츠버스의 거대한 디지털 음향기에서 울려 퍼지는 그 장엄한 음률들이 더욱 감동적이다.
지지리도 복이 없는 당신. 이제와 후회하고 한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마는 이 감동의 아름다움의 자연 앞에 나만 혼자라는 그 허전함들이 빈자리 가슴 되어져 더 쓸쓸하다고. 흐르는 프레이저 강물 속에 떠내려 보내면서.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아득한 먼- 그곳. 그리움도 흘러가라. 파아란 싹이 트고 꽃들이 곱게 피어 날 오라 부르네...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이 가슴 깊이 불타는... 영원한 나의 사랑 전할 곳. 길은 멀어도 즐거움이 넘치는 곳.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록키산맥의 영혼 서린 만년설.
캠룸에서 자스퍼 국립공원(캐나다 국립공원 제1호)으로 가는 길. 넓은 강폭이 좁아지면서 협곡을 흐르고 그 협곡의 물은 다시 폭포를 만들어 물안개를 그리고 머린매넌이라는 천길 협곡들.
그 협곡을 흐르던 물줄기가 한 군데 모여지는 머린 호수. 제스퍼 국립공원 핵심이란다. ‘유네스코’에서 인류가 꼭 보존해야만 하는 가장 소중한 자연 중 하나로 선정됐다는.
그 투명한 쪽빛 초록광 심연(깊은 물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치 록키 산맥의 영혼들이 서려져 있는 듯한, 만년설의 산 그림자들. 고요와 적막 그 자체일 뿐 어찌 언어의 말장난으로 그려본단 말인가. 외국 카렌다에서만 보아왔던 그 그림들 앞에 남도의 땅. 땅끝 해남에 사는 내가 와 서있구나.
유람선을 타고 롭슨 산자락 밑에 와 바라만 보는 거기, 산이 있노라. 몇 번을 독백하며 떠나야 하는 나그네.
뭉게구름과 쪽빛하늘, 그리고 록키의 만년설, 울창한 숲 그리고 야생동물들. 이런 것들이 한 데 어우러져 더 큰 감동과 충만을 줄 뿐이지.
물빛이야 섬진강의 하동포구로 흐르는, 그 모래알 조략돌을 지나며 흐르는 그 포근함이나 뱀사골 피아골 백담계곡 천불동, 그 암반을 흐르다 소(웅덩이)가 되고, 낙엽을 잠재운 채 그 속을 노니는 열목어, 산천어, 초가을의 그 아름다운 물빛에 어찌 비하랴. 사계가 있고 봄이 되어 새싹이 움틀 때면
저마다의 그 독특한 연록색의 향연. 여름의 왕성한 숲들은 또 풀벌레, 새들을 불러 모으고. 가을의 타는 노을인양 붉게 물든 단풍의 향연. 그리하여 그 푸르고 찬란했던 초록의 잎새들은 뿌리 아래 잠재우고 벌거숭이(빈손) 나목으로. 그 긴 동토의 겨울을 인고해야 하는 자연이 숨쉬고 무로. 부처님 말씀처럼 공이 색이고, 색이 공이라는 윤회의 법을 자연에서 배운다.
다시 해남 두륜산 산자락 너머에 있는 우리 집이 그립다. 고추, 옥수수, 호박, 가지, 오이가 주렁주렁 열리고 우리 고유의 꽃들이 피고 지는 우리 집이.
록키의 산자락 품에 안긴지 이틀째. 아싸바스카 폭포(설악산 토왕성 폭포의 10배)가 바라보이는 마을 블랙베어(Black bear)호텔에서 숙식. 치즈와 버터 냄새가 싫다.
더군다나 2~3천m의 준령들과 협곡을 거치면서 고소결핍증(산소부족)같이 속이 메슥거리고. 이럴 때 풋고추 넣은 된장국 생각이 간절하구나. 캠룸에서 5시간을 달려 아싸바스카. 그리고 아싸바스카 빙하, 눈이 300cm 이상 쌓이면 그 눈 무게의 압력으로 얼음이 되어져 얼음물이 흐르는, 설상차(특수차량)를 타고 그 빙하에 가다.
처음 관광지로 선정됐을 때만 해도 빙하의 두께가 900m(10년 전)이었는데 지금은 600m라니. 오존층 파괴로 인한 지구의 온난화로 10년 새에 300m가 녹아버렸구나.
흘러내리는 빙하의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인간이 저질러 놓은 자연의 파괴에 안타까워진다. 몇십년 후면 또 얼마나 황량할까.
지금도 부스러진 돌 조각들의 잔해가 관광하는 사람들의 눈에, 마음에 황폐함을 느끼게 하는 것을. 자업자득의 필연이 여기에도 도사리고 있구나.
화산의 융기 작용 때 옆으로 횡압을 받아 깎아지른 듯한 절벽들의 모습이 성형수술(화상환자)의 대충 접합한 흉물스러움이듯.
아싸바스카 빙하를 지나 영롱한 비취빛의 피에토 호수를 내려다 보며 록키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6.09.23(수) 1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