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인력난에 살인까지...

경제/농업
농번기 인력난에 살인까지...
농촌 일손 부족 현실 문제
소농의 경우, 고용허가제·계절근로제 활용 어려워
  • 입력 : 2023. 05.25(목) 12:00
  • 영암일보 박소연기자
농번기 인력난에 일꾼을 공급하는 문제를 두고 빚어진 감정 다툼이 살인사건으로 비화됐다.

22일 전남 해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전남 해남에서 벼농사를 짓는 40대 A씨는 같은 마을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 10여 명을 관리하는 50대 B씨에게 모내기 작업에 필요한 일꾼 2명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B씨가 이를 거절하면서 말다툼이 시작됐다.

A씨는 B씨가 관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부분 불법 체류자라는 사실 등을 언급해 말다툼을 벌이다 밀고 당기는 몸싸움으로 번졌다. 주변에 있던 이웃들이 말리면서 싸움은 중단됐지만, 그날 저녁 마을 들판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주먹다짐 끝에 B씨가 휘두른 둔기에 A씨가 숨졌다.

B씨는 A씨의 시신을 화물차 짐칸에 싣고 약 4㎞ 떨어진 공터에 A씨의 시신을 버렸다. B씨는 사흘 뒤 A씨의 시신이 발견되자 고속버스를 타고 도주했으나 19일 오전 대전에서 검거됐다.

B씨는 "술 한잔 같이 마시고 화해하려 했으나 '불법체류 외국인 알선 행위를 신고한다'는 A씨의 말에 화를 참을 수 없었다"고 범행 동기를 경찰에 진술했으며 경찰은 조만간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농민들은 고용허가제나 계절 근로제를 통해 수년에서 수개월 동안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 전라남도는 농번기 인력수급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올해 계절근로제 19개 시·군에 2274명을 배정할 예정이며 지난 17일 기준 1252명을 고용했다.

정부는 농협 등의 공공기관이 고용해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외국인 노동자를 단기간 지원해 주는 공공형 계절근로제를 도입했지만 이날 기준 전남에서는 나주시에만 38명만 입국해 일하고 있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장기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는 농민들을 위해 농협이나 지자체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제가 도입됐다"며 "전남에서는 올해 나주와 고흥에서 시행되거나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조차 구하기 어려워 농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영암일보 박소연기자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