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랑과 최경창의 만남을 통해 알아본 봄메세지

칼럼
홍랑과 최경창의 만남을 통해 알아본 봄메세지
  • 입력 : 2023. 04.06(목) 14:07
  • 영암일보
논설위원 이정화
완연한 봄의 향기로 벚꽃이 만발하고, 꽃은 피지 않으나 봄을 나타내는 버드나무는 제일 먼저 잎을 내밀고 있다. 옛날 같으면 버들피리를 입에 물고 다니며, 남녀간에 사랑을 흥얼거릴만도 하다. 이러한 때에 홍랑(洪娘)의 시조를 보면
산에 있는 버들가지를 꺾어 임에게 보내오니, 주무시는 방의 창문가에 심어두고 살펴 주십시오. 혹시나 밤비에 새 잎이라도 피어나면 마치 나를 본 것처럼 여기소서. 이 시는 이별의 슬픔, 임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과 지순한 사랑을 묏버들로 구상화시켜 임에게 바치는 순정은 변함없고 그러면서도 나 이외의 여인에게 한눈을 팔지 말라는 부탁이 깃들어 있다. 버들가지에 새잎이 돋아나듯, 자신을 기억하며 그리워해 달라는 작자의 절절함을 표현한 연정가(戀情歌)이다.


홍랑이 연분을 나눈 고죽(孤竹) 최경창선생을 영흥(永興)까지 배웅하고 함관령(咸關嶺)에 이르러 해 저문 날 비를 맞으며 버들가지와 이 시조를 지어 건네주었다. 고죽 최경창선생은 우리나라 삼당시인(三唐詩人) 중 한분으로 이달(李達), 백광훈(白光勳)선생이 있다. 최경창선생은 영암출신으로 29세에 대과에 합격한 후 북해 평사(評事)·사간원정언(司諫院正言)을 지냈다. 그의 시는 동서분당으로 대립되었던 혼탁한 정치현실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드러낸 작품이 많으며, 속세에서 떨어져 있는 고고한 삶을 읊었다.

사랑으로 발전하여 동거하던 최경창이 이듬해 한양으로 떠나게 되자, 당시 관기란 노비와 다를 바 없는 신분이라 본처가 있는 고죽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 홍랑은 서울로 가는 최경창을 경성에서 쌍성(雙城)까지 배웅하며 태산준령을 넘고 넘어 며칠을 마다 않고 함께 갔다.

이윽고 두 사람은 함관령 고개에 이르렀고, 더 이상 지역 경계를 넘을 수 없었던 홍랑은 사무치는 정을 뒤로 하고 돌아서 가는 길에 날은 저물고 비는 뿌리는데 홍랑의 눈에 산버들이 보였다. 홍랑은 버들가지 하나를 꺾어 시조 한 수를 적은 서찰과 함께 고죽에게 보낸다. 우리 국문학사상 가장 아름다운 연애 시의 하나로 꼽힌다.

1575년(선조 8)에 최경창이 병이 들어 봄부터 겨울까지 병석에 있다는 소문을 들은 홍랑은 때마침 시행된 양계의 금(兩界의 禁)을 어기고 남장을 하고 7일 밤낮을 걸어 한양에 도착해 최경창을 지극히 간호하였다. 함경도 기생과 만났다는 것이 빌미가 되어 최경창을 시기하던 이들에 의해 고죽은 파직되고 홍랑도 함경도 홍원현으로 추방되었다. 1583년 고죽이 죽자 경기도 파주에 움막을 치고 얼굴에 상처내고 자신의 용모를 훼손해 다른 남자들의 접근을 막고 3년동안 시묘에 집중했고, 이후에도 근방에서 3년동안 묘를 지켰다고 한다.

7년 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홍랑은 최경창의 시와 문집, 서화들을 챙겨 등에 짊어지고 고향으로 피난을 갔다. 전쟁이 끝나자 홍랑은 해주 최씨 문중에 최경창의 유품을 전했고 죽을 때 “나를 임 곁에 묻어 주오” 라는 유언과 함께 생을 마감한다. 해주최씨 문중에서 이조판서에 추증된 고죽 최경창선생의 부부묘 아래에 시인홍랑지묘(詩人洪娘之墓)라는 비석을 세워 정식 부인으로 인정하였다. 최경창선생과 홍랑을 생각하면서 영암의 중요한 지역에 그들의 시비와 석상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추양열전(鄒陽列傳)' 에 이런 말이 있다. 속담에 이르기를 “백발이 되도록 오래 만났어도 마치 처음 사귄 친구처럼 서먹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레를 멈추고 잠깐 만났어도 죽마고우처럼 여겨지는 사람이 있다.‘를 뜻한다. 諺曰, 白頭如新, 傾蓋如故, 何則, 知與不知也.”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를 형성한다. 가족, 친지, 이웃, 지인등 최경창과 홍랑의 연인의 사랑에 비유할 수는 없지만 우리와 관계된 사람들을 만나며 과연 얼마나 따뜻한 정과 교류를 나누며 마음을 주고 받는가 돌아보게 된다. 그동안 멀찌감치 소원했던 이들에게 활짝 핀 꽃봉오리처럼 이봄에 우리 마음도 활짝 열어봄은 어떨지...


[약력]
경희대 글로벌거버너스 석사
한국자살예방교육협회이사
한중문화교류회 이사
한국인권교육원 인권위원
광주시 교육청 학부모강사
행안부)안전교육 전문강사
광주시 인권교육강사
광주이주여성 인권지킴이
이룸 교육문화 연구소장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