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을 변화시키는 힘

칼럼
평범한 일상을 변화시키는 힘
  • 입력 : 2023. 07.06(목) 12:33
  • 영암일보
이정화
이룸 교육문화 연구소장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붉은 여왕이 등장한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 도착한 앨리스는 여왕의 손을 잡고 정신없이 달리기를 시작하죠.
하지만 달려도 달려도 주위풍경은 전혀 바뀌지 않는다. 주변 모두가 앨리스가 뛰는 것과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왕은 앨리스에게 말한다. “여기서는 같은 곳에 있으려면 쉬지 않고 달려야 해. 다른 데로 가려면 그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이 붉은 여왕 이야기는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되고 남보다 앞서도 결코 방심할 수 없으며 뒤처져 있다면 따라잡으려 힘껏 뛰어야 하는 요즘 시대를 빗대어 표현하는 듯한데 이런 효과를 생태계의 붉은 여왕효과라고 하는데 이런 세상에 적응하려면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넘어 다른 눈으로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 청년이 아프리카 말라위로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쓴 글을 읽었다. 형편이 어려워 새벽에 아르바이트하며 정신없이 살면서 가족이나 친구 관계가 좋지 못했다.
어딘가에 있을 행복을 찾아 해외 봉사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밥도 굶기도 하고, 먼 길을 걸어 물을 기르고…. 한국과 너무 다른 아프리카문화를 경험하며 한국으로 빨리 돌아오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주일에 한 번씩 6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물을 길어 나르는데, 물을 싣고 오던 트럭이 고장이 나서 움직일 수 없자 모두가 트럭을 밀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오가며 새벽까지 트럭을 밀다 보니 온몸은 땀에 흠뻑 젖고 무모한 일을 계속한다는 생각이 드니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현지인 친구들은 웃고 장난을 치며 트럭을 계속 밀고 있는 게 아닌가! 그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집으로 가서 자야 할 텐데 왜 저렇게 장난만 칠까? 매사에 왜 진지하지 못할까? 한두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을 네 시간째 이러고 있는 게 아무렇지도 않나? 왜 생각이 없지?’

결국에 청년은 아프리카 친구와 싸움이 붙었고 쌓였던 감정을 쏟아냈다. “나는 네가 싫어, 왜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지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어.
너도나도 다들 피곤한데 왜 항상 너희들은 일할 때 이렇게 생각 없이 느긋하게 행동하는지 나는 모르겠어.” “우리 아프리카 사람들은 즐겁게 하는 걸 좋아해. 무엇을 하든지 기쁘게 하면서 하는 걸 좋아해.
그래서 우리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그 일들을 하는 거야.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냥 하는 것과 기쁜 마음으로 하는 건 전혀 달라. 나는 네가 이곳에서 뭐든지 즐겁게 하는 법을 배우면 좋겠어.”
이 말을 들은 청년은 지금까지 자신이 가졌던 마음이 부끄러웠고, 이전과는 전혀 다른 마음을 갖게 되었다. 환경은 전혀 달라진 게 없었지만, 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사와 행복이 마음 안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화엄경(華嚴經)에 보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이 있는데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뜻이다. 행복과 불행 또한 마음에서 지어낸다는 것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바나나가 수입 과일이어서 흔하지 않았고 비쌌다. 특히 소풍 갈 때 어머니가 바나나 딱 한 개를 가방에 넣어주시곤 했다. 바나나 껍질을 까서 한 입 베어먹으면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바나나를 매일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나나가 싼 과일이다. 아이들은 바나나를 우습게 여기지만 바나나를 볼 때마다 옛 추억이 떠올라 행복감에 젖어 들곤 한다.

과거에는 집안에 수도가 없어서 밖으로 나가야 했지만, 지금은 밸브만 열면 찬물, 따뜻한 물이 콸콸 나오는데 얼마나 감사한가!
삶이 여유로운데 자꾸 여유로운 삶을 쫓다 보면 우리 마음은 점점 삭막해진다. 어려움이 오히려 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더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 준다.

형편이 좋아 감사하기보다는 마음의 배가 고프고, 마음이 낮으면 고마워하게 되어있다. 풍요로 인해서 우리 마음이 높아지고 마음의 배가 부르다 보니 감사함도 사라지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의 5가지 조건에 대해 말한다.
1. 먹고살기에 조금은 부족한듯한 재산
2.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엔 조금 부족한 외모
3. 자신이 생각하기에 절반만 인정받는 명예
4. 남과 겨루었을 때 한 사람에게는 이기지만, 두 사람에게는 이기지 못하는 힘.
5. 연설할 때 청중의 절반 정도만 박수를 보내는 말솜씨

이게 무엇을 뜻하는가? 부족함에서 오는 행복을 의미한다. 우리가 풍요로운 삶을 쫓아 달려가야 되는 게 아니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마음를 배워야 한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삶을 산다면,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즐기면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감사하고 기뻐할 조건들이 많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공기나 물의 소중함.
편안하게 자고 일어났을 때의 기쁨,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갖는 희망, 열심히 일해서 결실을 거두는 즐거움….”

단지 우리 마음의 눈높이가 높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눈높이만 낮추면 우리를 위해 준비해 놓은 선물들이 가득할 것이다.
이제 고개를 숙여 우리를 위해 준비한 선물꾸러미를 하나하나 펼쳐보는 즐거움을 맛보자.

[약력]
경희대 글로벌거버너스 석사
이룸 교육문화 연구소장
한국자살예방교육협회이사
한중문화교류회 이사
한국인권교육원 인권위원
광주시 교육청 학부모강사
행안부)안전교육 전문강사
광주시 인권교육강사
광주이주여성 인권지킴이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