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절차 원리’는 권위주의 극복과 개인주의 보완의 통로(3)

칼럼
‘적법절차 원리’는 권위주의 극복과 개인주의 보완의 통로(3)
  • 입력 : 2023. 11.23(목) 10:21
  • 영암일보
▶ 현실태는 부대관리라는 ‘블랙홀’에 부대 전체가 빨려들어가 있는 형국
지금 대한민국은 정전상태이다. 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 총사령관과 북한군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사이에 맺은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 전쟁이 다만 정지(停止)된 상태이다. 언제 협정 위반을 이유로 다시 전쟁으로 돌입되더라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러기에 군은 365일 24시간 다시 전쟁을 대비하여야 하는 것이 당면한 최대 임무일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군이 이 본연의 임무보다는 부대관리에 매몰된 모습을 보고 있고, 현장의 군인들도 그렇게 피부로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런 현상의 중요 원인 중에 하나가 군인권을 이유로 한 처벌과 그 지휘책임의 징계가 급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 군인권을 담는 ‘그릇’이 『적법절차 원리』
군인권의 내용은 헌법의 해석에 관한 영역으로,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한 내용을 기준으로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한다. 필자는 현재 군에 이 내용에 심각한 위법이 있다고 이미 지적하였다. 즉, 대표적으로 ① 국민의 인권과 군인의 인권의 양적 차이를 무시하는 해석과 ② 지휘권한과 군인권을 같은 평면으로 보고 충돌의 시각으로 인식하고 판단하려는 심각한 오류 및 ③ 군인권의 양적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을 가로막는 헌법 제29조 제2항 개헌 논의까지 언급하였다. 이와 함께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군인권을 담는 그릇이 바로 헌법 제12조 제1항 적법절차 원리인 것이다. 즉, 적법절차를 강조하는 군인권은 상호 간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강조하여, 아무리 치열한 군인권을 주장하더라도 상호 간에 ‘인화(人和)’를 목표로 하여야 한다는 뚜렷한 헌법적 지향점을 제시할 수 있다.

▶ 그런데 현실은 『적법절차』가 아닌 『초법절차』가 ‘교묘히’ 판을 친다
적법절차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인화(人和)’의 헌법적 그릇이다. 여기까지 이상적인 논의만 하고 그치면 또 다른 공허한 메아리 끝나고 만다. 현실은 머리로 이해되는 적법절차가 아니라 교묘하게 법령 검토를 마친 초법절차가 더 많이, 더 빨리, 더 강하게 선택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 바로 모든 군인이 『진급』에 목을 메고 있기 때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얻기 힘든 재화를 보여 주지 말라는 가르침(노자 3장)이 있다. 그 이유는 얻기 힘든 재화가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도둑질의 유혹을 불러 일으키고, 결국 도둑놈을 만들고 마는 현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고안해 낸 훌륭한 제도인 자본주의의 선순환적 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인간의 욕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넘치지 않도록 통제하는 제도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가르침으로 현재 대한민국에 절실히 필요한 말씀이다. 마찬가지이다. 군에서 인간의 욕망인 진급을 자극하여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경쟁주의 내지 능력주의의 장점은 훌륭한 시스템이나 실제로는 진급 대상자의 1/4 ~ 1/5 내외만이 진급을 할 수 있고 나머지는 진급이라는 인간의 욕망을 제어 당한다. 각군 인사사 내지 인사처는 입으로만 떠들고 있었지, 실제 진급이라는 인간의 욕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넘치지 않도록 통제하는 제도를 실질적으로 실행할 아이디어나 능력이 없기에 현실은 진급의 유혹이 군인들에게 끊임없이 적법절차가 아닌 초법절차의 유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은 초법절차 유혹에 따라, 그 말 많고 탈 많은 인사·행정 일을 하더라도 오히려 효율적으로 일을 잘 한다고 칭찬을 받기 위하여, 상대방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은 없고, 행위하는 자의 명분 따위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언제나 교묘히 법령 검토 후 상대방을 속일 생각이나 하고 있으며, 상호 존중의 역지사지(易地思之), ‘인화(人和)’ 등의 단어는 개나 물어갈 이야기가 야전의 현실이다. 그럼 생각하고 있는 해법은 무엇인가?

▶ 마음보다는 배를 채우고, 의지보다는 뼈대를 강하게
인간의 욕망에 의해 고안해 낸 훌륭한 제도인 진급 제도의 선순환적 발전을 위해서는 오히려 인간의 욕망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넘치지 않도록 통제하는 제도도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기준은 형식적인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아예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안한다. 군에서 진급 대상자의 1/4 ~ 1/5 내외만이 진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진급 낙천자에게는 진급보다는 생활을 보장해 주는 정책을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 이 생활의 보장이라는 것은 예를 들어 기혼 군인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의 주거환경·교육환경·생활환경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과도 그 맥이 연결되는 것이다. 계속 낙천되는 마음을 채우려고 노력하게 하기보다는 그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의 가족의 배를 따듯하게 채우는 노력을 하게 하고, 낙천을 예감하면서 진급하고자 하는 의지의 노력보다는 전사로서 뼈대를 더 강하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하는 제도, 이런 제도가 있어야 진급 제도도 선순환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 승자 독식은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 집단에게는 『독약』
이 적법절차 원리 논의를 마무리하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필자는 지난 10여년 동안 몇몇 엘리트 군인들과 이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군법무관들이 교묘히 초법절차의 현실을 만드는 실례를 고발하는 글을 페이스북 등 SNS에 계속 써 왔다.
‘역지사지’의 적법절차가 아닌 초법절차는 권위주의 그 자체일 것이다. 이것이 통하는 시대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혀 1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군의 치열한 진급 문화는 적법절차와는 상극이라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니 승자 독식의 군문화를 조속히 개혁해야 하는 것이다. 이 시대에는 승자 독식의 군문화가 군사력을 약하게 하고있는 듯하다. 승자 독식은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 집단에게는 독약으로 보인다.
늘 새로운 아침, 늘 새로운 생각이었습니다.


[약력]
육군대학 법무실장
군사법 교관
합동군사대학교 법무실장
국방부 외부 인권교수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