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잡아 먹고 오리발을?-소크라테스

칼럼
닭잡아 먹고 오리발을?-소크라테스
  • 입력 : 2023. 11.23(목) 10:29
  • 영암일보
제물을 싣고 떠났던 배가 돌아온 날 해질 무렵, 간수들이 독배를 가지고 감옥 안으로 들어왔다. 사형집행 시간은 해 지는 시간으로 정해져 있었으나 대개는 일몰 후에도 음식을 원대로 먹고 마셨다.

소크라테스가 “신에게 드리는 뜻에서 한 방울 떨어뜨리면 안 될까?”라고 묻자, 간수는 “여기서는 마실 분량밖에 갈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소크라테스는 조용하고 침착하게, 독이 든 약을 다 마셔버렸다. 감옥 안은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소크라테스는 감옥 안을 거닐다가 다리가 무겁다고 하면서 반듯이 드러누웠다. 간수는 발을 꼭 누르면서 “감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없다고 대답하자, 다리를 눌러보면서 몸이 식어가고 있다고 하였다.

하반신이 거의 다 식었을 때에 소크라테스는 얼굴에 가렸던 천을 제치고 “오! 크리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네. 기억해 두었다가 갚아주게.”하였다. “잘 알았네, 그밖에 다른 할 말은 없는가?”라고 묻자 이 물음에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이를 두고 어떤 사람은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었던’ 소크라테스가 죽을 때에 이르러서야 회개하였다는 식으로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에 기초한 악평일 뿐이다. 여기서 아스클레피오스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의술(醫術)의 신 이름인데, 당시에는 누구든지 병에 걸렸다가 나으면 감사의 뜻으로 닭 한 마리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호메로스에서는 인간이며 의사라고 되어 있으며, 훗날의 전설에서는 아폴론의 아들이라고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케이론(주색을 즐기는 괴물 켄타우로스가 난폭한 데 대해, 케이론은 선량하고 온화하였다고 함) 밑에서 자라면서 의술을 배웠고, 그리하여 죽은 사람도 되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제우스는 인간이 그를 통하여 불사(不死)의 능력을 얻지는 않을까 두려워하였고, 결국 번개를 쳐 그를 죽이고 말았다.

그러나 아폴론의 요청으로 제우스는 다시 그(아스클레피오스)를 별로 바꾸어주었으며, 이리하여 뱀주인자리(Ophiuchus, 이 별자리에서 말하는 뱀 주인은 의사를 의미하는데, 뱀을 붙잡은 남자의 모습으로 그려짐)가 생겼다고 한다. 그래서 뱀은 아테네 사람들에게 약초를 발견하는 비법을 알고 있는 동물로 믿어졌고, 또한 아스클레피오스와 관계 깊은 신성한 동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수탉이 뱀을 위한 제물로 바쳐졌던 것이다. 오늘날 응급 의료와 구급차, 세계보건기구(WHO)의 상징으로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뱀이 막대를 휘감고 있는 형상)가 사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어떻든 소크라테스 당시 아테네에는 어떤 사람이 병이 들었다가 나았을 경우, 감사의 뜻으로 닭 한 마리를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 참뜻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되 짐작컨대)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말은 “이제 나는 인생의 모든 병에서 다 나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신에 대한 불경죄 혹은 ‘신을 믿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음에까지 이른 소크라테스가 임종 직전에 신을 들먹였다는 것은 아테네 법정의 판결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약력]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 산업인력공단 비상임이사
한재골 아카데미 원장
유튜브 채널 '강성률철학티비'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