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법무관의‘변화’에 감사하며, 군사법의‘혁신’을 기대한다

칼럼
군법무관의‘변화’에 감사하며, 군사법의‘혁신’을 기대한다
늘 새로운 아침, 늘 새로운 생각
  • 입력 : 2024. 04.18(목) 11:39
  • 영암일보
<사진=김경호 변호사>
어제 육군 00사령부 법무실에서 “징계불회부” 통보를 받았다. 속으로는 ‘진짜인가?’ 하면서 한동안 멍했다.

▶ 판단에는 「책임」이 따른다
판단(判斷)에 ‘단(斷)’은 ‘짜른다’는 의미가 있다. 옷 한 벌 만들 수 있는 천을 그 넓이를 잘못 가늠하여 짜르면, 아예 옷을 못 만들 수 없고 그 천도 쓸모가 없어진다.
마찬가지이다. 권한을 가지고 ‘사람이 되라’고 그 책임을 판단하였는데, 잘못 판단하면 오히려 그 사람은 그의 억울함으로 완전히 폐인(廢人)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짜르는 행위’나 ‘판단하는 행위’에는 고도의 책임이 따른다.

▶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주류처럼 보였다
병사들의 간부에 대한 진정이나 여군들의 남군에 대한 진정의 경우 조사나 수사에 관여한 군법무관은 그 사안에 대하여 ‘짜르고’, ‘판단’하기 보다는 그 다음 단계인 징계위원회나 재판으로 보내서 거기서 ‘짜르고’, ‘판단’ 받기를 원했다.
왜냐면 자칫 자신이 잘못 ‘짜르고’, 판단하다가 병사들에게 또는 여군들에게 공격을 받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측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굳이 자신이 판단하지 않고 ‘패스’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즉, 권한에 대한 회피, 책임에 대한 회피가 군법무관들에게도 보였다. 특히 최근 故 이예람 중사 사건 이후 더욱 심각해 보였다.

▶ 공자는 말한다.
① 인간관계에서 타인의 상황에 대하여 민감하지 못하면서도 그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不恥不仁)와 ② 사회 생활에서 옳지 않으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不畏不義)는 어느 조직에서나 판단하는 자, 리더가 되면 안 된다고 하였다.
즉 소인(小人)이라고 하였다.
인간적으로는 피해자의 아픔에도 민감해야 하지만 조사나 수사 받는 자의 억울해 하는 심경에도 민감해야 하는 것이고, 군사법의 정의를 위해서는 조사나 수사의 담당 군법무관이 그 판단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진정한 군사법의 리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늘 사건 내용은 복잡하지 않다.
그 판단이 복잡할 수 있을 뿐
사건 내용이 단순하면, 그 판단도 단순하면 된다. 그러나 그 단순한 사건 내용에 사건 외부의 의미와 의지를 투영시키면 그 판단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필자가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군사법은 인위적인 활동으로 군내 질서 유지를 위한 부득이(不得已)의 영역이므로 ‘필요최소한’ 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미 정해진 ‘룰(rule)’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
즉, 사건 내용대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사건 외부의 의미와 의지는 군사법의 영역이 아니다. 이것은 사회에서는 정치의 영역이고, 군에서는 리더십의 영역이다. 이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 이번‘징계불회부’결정에
감사하며
필자는 ‘징계불회부’ 결정을 받았다고 성공보수 그런거 없다. 이번에는 우리 팀원에게 성공보수 대신 늘 요청하는 ‘치킨 한 마리씩’ 이런 부탁도 안 했다. 예상 못하게 너무 일찍 사건이 종결되어서 우리 팀이 더 이상 할 활동이 없어서였다.
이 사건에서 중요한 의미는 이제 군법무관들 중에 《자신의 권한을 충분히 활용하여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그 판단의 책임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생각과 행동에 감사할 뿐이다.
최초 P중령이 징계조사 받고 바로 징계위원회가 개최될 것만 같았던 당시만 해도 급박한 상황이었으나, 필자가 선임되고 재조사를 요청하여 나름 준비한 내용을 전달했고, 이제 징계위원회에서 소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앞으로 이런 군법무관분들이 군사법의 주류가 되면, 필자같은 사람은 조용히 퇴장할 일만 남았다.
필자는 군법무관들을 비판하고 행동한 것들을 이용하여 정치에 나갈 생각은 전혀 없다. 이런 분들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늘 새로운 아침, 늘 새로운 생각이었습니다.



[약력]
육군대학 법무실장
군사법 교관
합동군사대학교 법무실장
국방부 외부 인권교수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