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받은 늦잠꾸러기-데카르트

칼럼
공인받은 늦잠꾸러기-데카르트
재미있는 철학이야기(제32화)
  • 입력 : 2024. 07.26(금) 12:33
  • 영암일보
데카르트는 초등학교 시절 ‘잠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을 때까지 오래 자도 괜찮다’는 허가를 학교로부터 받았다. 그리하여 늦게 일어나는 것은 그의 버릇이 되었고, 이 버릇은 일생 동안 그의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의 전기 작가는 “철학과 수학의 분야에서 데카르트가 남긴 중요한 업적은 결국 그의 아침 잠자리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학교에서조차 그의 늦잠을 허락하였던 것일까? 이는 그의 건강과 관계가 있다. 데카르트의 어머니는 그를 낳은 지 1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몹시 몸이 약했기 때문에 의사들조차 오래 살지 못할 것으로 진단하였다. 그러나 극진하게 건강을 돌봐준 유모 덕분에 마침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떻든 이렇게 하여 데카르트는 평생 침대에 누워 사색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왕성한 지식욕과 진리 탐구에 대한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있었던 데카르트는 줄곧 숨어살면서 사색에 잠기곤 하였다. 언젠가는 아버지의 친구가 그를 수소문하던 중, 우연히 길에서 데카르트의 몸종을 만나 그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달라고 하였다.

때는 아침 열한 시쯤. 살그머니 문구멍으로 방안을 들여다보았더니, 데카르트는 창문을 열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는 몸을 반쯤 일으켜 침대 곁에 있는 작은 책상에 대고 무엇인가를 적고, 또 누웠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글을 쓰곤 하였다. 이러기를 약 30분쯤 하고서 잠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더라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를 최대한 줄이고, 하루에 열 시간씩 충분히 자면서 오직 사색하고 글 쓰는 데만 열중하였다.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20년 동안 열세 번이나 집을 옮겼으며, 아주 친한 친구들 이외에는 주소조차 가르쳐주지 않았다. 편지로 토론을 할 때에도 신중을 기하기 위해 가명 수신인 주소를 사용하였다.

데카르트는 광학과 생리학 실험을 열심히 하여 자신의 안경알을 스스로 갈기도 하였으며, 도살장에서 송아지를 사 와서 해부도 하였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그에게 서재를 구경시켜 달라고 하자, 반쯤 해부된 송아지를 가리키며 “저것이 내 책입니다.”라고 말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그는 스웨덴 여왕의 초청을 받아 스톡홀름에 갔으며, 여왕에게 아카데미 설립의 계획서를 바치고 돌아온 후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다음 날에는 열이 오르면서 폐렴으로 발전하였다. 그럼에도 데카르트는 치료를 거부하였다. 여왕이 보낸 의사들이 피를 좀 뽑아야겠다고 말하자 그는 “여러분! 프랑스인의 피를 아끼시오.”라고 대답하였다.

1주일 후 정신을 회복한 데카르트는 마침내 피를 뽑도록 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호흡이 곤란해지고 가래를 뱉는 것마저 고통스러웠다. 아흐레 되는 날, 그는 평생 그를 돌봐 준 유모에게 자기의 재산을 떼어 줄 것을 유언하고, 이렇게 말했다. “내 영혼아, 네가 포로가 된 지 오래구나. 이제 네가 감옥에서 나와 몸의 질곡으로부터 해방될 순간이 왔다. 영혼과 신체의 이 분리를 기쁨과 용기를 가지고 견디지 않으면 안 된다.”

데카르트는 살아생전 스웨덴 국적을 가지도록 여러 차례 요청을 받았음에도 단호히 거부하였다. 결국 그의 유해는 프랑스로 옮겨져 현재는 파리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데, 두개골이 도난당해 없어졌다고 한다.

프랑스 출신의 데카르트(1596년-1650년)는 해석기하학의 창시자이자 ‘근세철학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유명한 명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움직일 수 없는 출발점으로 삼아 신과 세계 등을 도출해나갔다. 그는 또한 신 이외에 정신과 물체라고 하는 서로 독립된 두 가지 실체를 들었는데, 여기에서 인간의 심신(心身) 문제가 대두되었다. 몸과 마음의 상호 작용에 대하여 그의 이원론(二元論)을 가지고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약력]
광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철학박사
소설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 산업인력공단 비상임이사
한재골 아카데미 원장
유튜브 채널 '강성률철학티비'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