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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최고 기온이 35도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냉방수요와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충 등으로 전력수요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오후 1~3시경이지만 전력거래소를 통한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후 5~7시 무렵이다.
이는 낮 시간대 태양광 발전량이 늘어나면서 거래소 기준 전력수요는 상대적으로 많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소위 덕 커브(duck curve) 수요곡선을 나타낸다.
산업부에 의하면 전력시장 외 태양광 설비는 21.5GW로 전력시장 내 설비 9.1GW의 2.4배에 달한다.
지난 8.5일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는 한전 직접구매(PPA)와 자가 수요 태양광까지 합친 실제 전력수요가 100GW를 기록한 순간에 태양광 발전량은 12.3GW에 이르러 태양광 발전 비중이 약 17.6%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전체 발전량에서 5% 정도 차지하는 태양광발전이 전력 피크시간대 수급에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크고 작은 태양광 설비가 꾸준히 늘어나 여름철 전력공급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선의적 역할 도구를 넘어 실제 전력시장에서 에너지 수요와 공급의 균형점을 향해 작동하는 중요한 길목을 차지해 가고 있다.
그동안 비교적 자유로웠던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선 건설 자체가 이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발전설비는 서해안과 동해안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에너지 수요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집중도는 점점 심화할 기세다.
전력의 수요지와 공급지가 분리되어 이를 실어 나르는 전력 고속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빗고 있다. 나라의 명운을 가를지도 모르는 반도체 주도권 경쟁을 위해 용인에 추진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공업용수와 전력공급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제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배출 정도를 측정하여 무역을 규제하는 체제가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민간협의체라고는 하지만 세계적 대기업들이 RE100 공급망 구축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탄소배출 기준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탄소국경조정세(CBAM)를 부과하여 사실상 무역장벽을 만들고 있다.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의 납품업체를 공급망에서 사실상 배제한다는 것이다. 이는 제조업 비중이 OECD 최고 수준이고 무역의존도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도 있다.
재생에너지는 기후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라는 대의 명분이 아니라 실제 우리의 일자리와 경제를 위협하는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극히 제한적이다. 우선 전력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수도권의 땅값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기에는 턱없이 비싸고 가용할 땅도 없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지방의 잉여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망을 확충하는 것이다. 반도체와 같은 긴급한 수요를 위해 일부 전력망을 확충하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주민 수용성과 보상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또 다른 방법은 재생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전력공급이 풍부한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와 같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지만, 필요 인력이 적고 기업 생태계 구축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업종의 경우 고려할 만하다. 실제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세 번째 방안을 중심으로 정부는 지난 6월 14일 분산 에너지 활성화 법을 발효시켰다. 전남을 비롯한 상당수 지자체가 이를 활용한 수요기업 유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거시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는 태양광 발전설비에 대해 도로나 주거지역에서의 거리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전자파, 빛 반사, 소음 등을 이유로 100m에서 1km에 이르는 이격거리 요건을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지방자치단체 간 차별적인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도로에서의 거리 제한을 폐지하고 주거지역에서 100m 거리 규제만을 두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가이드라인 준수 시 주민 참여 REC 가중치를 주거나 향후 지자체 주도 집적화단지 조성 시 평가에 반영하도록 하였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태양광 융복합 지원사업 국고보조금을 삭감하는 페널티 등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는 가운데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한국은 종합 성적 8위로 런던 올림픽 이후 최대의 성과를 거두었다.
경제적 풍요와 유무형의 각종 사회적 규제로부터 자유로움을 맘껏 누린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의 거침없는 투혼의 결과라는 평가다. 일부 참가자의 불편함과 불만도 있었지만, 선수촌 숙소와 셔틀버스 냉방 제한, 신축보다는 가건물 활용 및 센강을 활용한 경기 운용 등은 친환경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듯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국가들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탄소중립을 위해 크고 작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유럽은 오랫동안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강력한 규제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발전 부분에 있어서는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 비중을 대폭 줄이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여 그 비중을 15개 EU 회원국 평균 수준을 50%까지 끌어 올렸다.
여기에 비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10%에도 못 미치고 아직도 석탄과 LNG 발전량이 60%를 넘어서고 있어 2030년 40%와 2050년 넷제로는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전남 신안군에서 시행되고 있는 햇빛 바람 연금과 같은 이익공유제가 대표적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기계화가 가능한 작물 이외의 농경지는 경작이 사실상 어렵다. 농업의 경우도 탄소중립과 기후위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기후변화와 병충해를 피해 균일한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팜으로의 이행이 불가피하다. 여기에는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송전 비용이 필요 없는 분산 에너지에 대한 지역별 요금 차등제를 통해 값싼 전기를 공급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농업의 사회적 가치는 지금까지의 환경, 전통적 가치 보존과 식량안보에서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는 데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밭농사, 논농사에서 햇볕 농사와 바람 농사 등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소규모 재생에너지의 경우도 탄소배출권 거래제도(CDM)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뼘 논두렁까지도 콩을 심던 조상님들의 지혜가 태양광, 풍력설비 등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하는 지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격거리 규제를 조속히 완화하고 나아가 마을 단위 에너지팜으로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력]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산업자원부 시장관리과장
산업자원부 무역정책팀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경제국장
지식경제부 지역경제정책관
지식경제부 정책기획관
전라남도 경제부지사
목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한국도시가스협회 상근부회장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6.09.23(수) 1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