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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이후 유엔 인정을 받는 국가는 남수단, 몬테네그로, 동티모르 3개국뿐이다. 국가 지위는 법적 개념이지만 이를 얻는 일은 전적으로 정치적이다. 소말릴란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나라 중에서도 독특한 사례이다. 1960년 영국에서 독립했고, 미국 포함 35개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 이탈리아령 소말리아가 독립하자 통일했는데, 1991년에 분리 독립을 선언했다. 통일전 영국과 이탈리아가 정했던 식민지 국경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점도 독특하다.
그러나 소말릴란드 독립을 인정하면, 식민지 시대 이후의 국경이 변할 수 있다는 민족주의 운동 신호가 되면서, 새로운 내전의 물결이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 연합과 아랍연맹과 같은 국제단체들은 영토 분할 인정을 극렬히 반대한다. 자국 분리주의 운동을 경계하는 나라들은 어떤 종류의 선례도 남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유엔은 소말리아 전체 안정과 통일을 촉진하는데 엄청난 자원을 부었기 때문에 소말릴란드를 안정의 신호탄이 아니라 방해물로 간주한다.
쿠르드족은 인구가 2,500~4천만 명으로, 쿠르만지어 사용자가 그리스어나 스웨덴어보다 많다. 이라크, 시리아, 튀르키예 등에 분산되어 있고, 각자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 이라크에서는 독립을 요구하고 있고, 시리아에서는 온전한 독립국 지위 대신에 연방화된 시리아 내에서 최대한 정치적 자치권을 요구하고 있다. 민족이 온전한 정치적 독립을 통해서만 완전한 정치적 표현을 할 수 있다는 통념에 대한 도전이다.
국가 밖의 국가로서 ‘동방의 기사들’이 있다. 정식 명칭은 ‘성 요한의 예루살렘과 로도스와 몰타의 주권 구호 기사 수도회’이다. 한때 몰타섬에 정착했기 때문에 ‘몰타기사단’ 혹은 ‘구호기사단’이라 부른다. 1834년 이후에 로마에 본부를 두고 있다.
국가에도 등급이 있는데, 유엔 총회와 안보리 승인을 받은 회원국, 팔레스타인과 교황청 등 옵서버 국가, 다음 순위가 몰타기사단, 적십자 등 ‘유엔의 일에 옵서버로 참여하라는 초대를 받은 그 외의 독립체’ 자격이다. 국제법 아래에서 주권을 유지하며 106개 회원국으로 인정받고 있어서, 압하지야, 코소보, 타이완보다도 높은 지위라고 한다.
1만 3천 명이 살고 있는 ‘아크웨사스네 모호크 공동체’는 국가 사이에 끼인 나라다. 65㎢도 안 되는 지역이 미국과 캐나다 국경 양쪽에 걸쳐 있고, 캐나다와 미국 승인을 받는 선출의회와 이로쿼이 연맹에 소속된 전통의회 등 3개의 의회가 있다. 관할권도 미국과 캐나다. 뉴욕주, 퀘벡주, 온타리오주를 비롯해 여덟 개의 국가와 지방 정부가 얽혀있다. 쿠웨이트에 10만 명이 넘는 비둔족(베두인족 후손)은 쿠웨이트가 영국에서 독립했을 때 시민권을 받지 못했다. 평생 그 땅에서 살았지만, 불법 이민자로 취급받는다.
멀쩡한 영토가 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 키리바시는 피지 북쪽 2,253km에 있는 길버트 제도의 섬나라다. 2차대전 격전지 타라와에 수도가 있는데 물에 잠기고 있다. 2014년 피지 바누아레부섬의 20㎢를 약 9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영토라고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 국가도 있다. 리버랜드 자유 공화국은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사이 강둑 4.4㎢ 넓이에 독립을 선포했다. 북수단 왕국은 딸이 공주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수단과 이집트 사이 작은 무주지에 독립국을 선포했다. 시랜드 공국은 북해에 방치돼 있던 3㎢ 영국 함포 요새에 세운 초소형 국가이다.
알자스와 로렌은 프랑스가 할양에 동의했음에도 주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변화는 19세기 중반 민족주의가 발흥한 이후로, 이제 땅은 통치자들끼리 거래할 수 있는 부동산이 아니다. 현대 전쟁은 영토 재분배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늘날 주요 강대국 전쟁 또한 기존 국경선을 재편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모습대로 유지하는 데 있다. 다만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내외적인 특수한 상황이다.
우리 국경선인 휴전선은 현상 유지인가? 아니면 현상 타파를 해야하는가? 현상 유지 정책을 펴면서 북한이 붕괴하면 쉽게 통치할 수 있다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적화통일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과거 정복 전쟁에 생각이 머물러있다. 세계 최고의 군사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저자는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국경선이 담장이라면, 정부와 주권은 담장 안에 사는 사람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서울시에서 110억 원을 들여 태극기 게양대와 주변 시설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면 국민이 행복하고 자부심이 가득 찬 나라가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약력]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6.09.23(수) 1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