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과 공분

칼럼
원한과 공분
  • 입력 : 2024. 10.17(목) 16:25
  • 영암일보
▲김백호 영암일보 대표이사/법학박사
부처님의 고향 가비라 성의 동쪽에는 로히니 강이 흐르고 있었고, 그 강의 동쪽에는 코올리 성이 있어서 과거부터 두 성은 로히니 강으로부터 강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짓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해 큰 가뭄이 들어 두 성의 논밭이 메마르고 곡식이 시들어가자 두 성의 농민들은 하나같이 로히니 강으로 모여들게 되었다.
워낙 가뭄이 심한 탓인지 로히니 강도 물이 부쩍 줄어들어 한가운데로 실개천만 졸졸 흐르고 있었는데, 이 강물을 두 성이 모두 끌어들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기에 두 성의 농민들은 서로 물을 가지고 싸우게 된다.
싸움이 격해져 두 성은 서로 전쟁 직전까지 가게 되는데 이를 본 부처님께서 가비라 성과 코올리 성의 사람들에게 '검은 사자와 판다나 나무'의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들려주셨다.
"아득한 옛날 어느 산속에 사자 한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그 사자가 큰 나무 밑에서 쉬고 있던 중, 갑자기 큰바람이 불어 마른 가지 하나가 떨어져 그 사자 어깨를 때렸다. 그 때문에 어깨를 다친 사자는 깜짝 놀라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검은 사자는 "내 뒤를 따라오는 사자도 호랑이도 없었다. 이것은 반드시 이 나무에 살고 있는 목신이 내가 여기 누워 있는 것을 성낸 것이다. 좋다, 두고 보자." 하며 그는 성을 내어 그 나무를 두드리며 "어이, 나는 네 나뭇잎 하나도 먹은 일이 없고 네 가지를 해친 일이 없다. 그런데 너는 다른 짐승이 오는 것은 참고 있으면서 내게만 참지 못한다. 어흥, 고얀 지고, 반드시 이 나무 녀석에게 복수를 하고 말 테다"라면서 사자는 잔뜩 화가 나서 벼르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목수가 수레를 만들기 위하여 목재를 구하려 그 산속으로 찾아왔다. 검은 사자는 마침 잘되었다 싶어서 그 목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수레바퀴를 만들 거라면, 이 나무를 베는 것이 좋을 것이오" 그러자 그때 그 나무의 신이 이 이야기를 듣고 검은 사자에게 원한을 품은 나머지 "목수님, 저 사자의 가죽은 매우 질기고 튼튼합니다. 그 가죽을 수레바퀴에 대면 아주 튼튼해질 것이오."라고 살짝 일러주었다.
그런데 결국 그 목수는 그 나무도 베고, 검은 사자도 잡아 버렸다.
결국 나무와 검은 사자는 쓸데없는 일로 서로 원한을 갖게 된 나머지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러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툼이 일어날 때도 사자와 나무의 예처럼 되고 말리니 서로 화목하게 살면 그것은 행복하리니 부디 화합하라, 아예 싸우지 말라. 검은 사자나 판다나 나무의 동무가 되지 말고 진실로 서로 협조하기를 배워라."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두 성의 농민들은 화해했다.
살면서 누구나 원한이라는 감정을 갖는다. 원한이라는 것은 원망스럽고 한스러운 감정을 뜻한다.
이 원한이라는 감정의 응어리는 복수의 씨앗을 낳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티브이나 인터넷 등에서 원한이나 원수를 갚은 썰을 사이다 썰로 보기 좋아하나, 사실 원한과 원수를 갚는 일은 원한의 연쇄를 일으키는 일이다.
원한과 함께 '공분'이라는 것이 있다.
책임 있는 업을 수행해야 하는 사회 리더나 공직에 있는 이들이 그 직분을 이용하여 욕심을 채우거나 경거망동하고, 이들을 배경 삼은 특정인들이 사리사욕 하여 지탄의 대상이 될 때 느끼는 감정을 말한다.
위엄과 탐욕이 지나치면 공분이 일고 경박스럽고 사납게 보일 수 있다.
경외심(敬畏心)은 사나운 모습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존경(敬)에서 나오는 두려움(畏)이다.
존경받는 공인의 길은 선공후사이다. 공인이 걷는 길은 어렵고 힘들기에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공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요즘 지역사회에 몇몇 인사들의 경제활동과 처세 등이 회자되고 있다. 적법 절차에 의한 하자 없는 경제 활동이라고 해도 군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군민의 일원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공기관의 발주나 일거리 또한 지역사회 경제인들의 어려움을 살피는 따뜻한 배려가 우선 되길 기대한다.
군민을 먼저 생각하는 행정이 혁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사자와 나무처럼도 아닌, 원한과 공분이 없는 좋은 세상살이를 기대한다.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