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발적 충돌 4

기고
우발적 충돌 4
<이병록의 책을 통해 세상 읽기> 미·소 대결과 달리 미·중 대결에서 미국이 쉽게 이길 수 없다.
부제 : 스티픈 로치의 <우발적 충돌 4>
  • 입력 : 2024. 11.29(금) 09:18
  • 영암일보
▲이병록 소장
미국과 중국은 상대국에서 경제적 편집증을 앓게 되었고, 자국에 위협을 가한다고 믿으면서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 충돌 성격 규정과 인식 방법에 따라 갈등은 정치와 군사적 충돌로 확산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이 떠오르는 강대국을 억제하려고 노력하지만 이미 쇠락 궤도에 접어들었다면서 미국 미래를 어둡게 본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 미래를 결정할 신흥 산업 부문을 위협할 것이라고 두려워한다. 중국의 늑대 전사들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미국 군중이 그 도구로 활용된다.
소련과 제1차 냉전은 조지 캐넌의 5천 단어로 시작되었고, 소련의 구조적 약점에 초점을 두었다. 중국과 제2차 냉전은 75년 만에 익명으로 작성되어 미국 국제문제연구소인 대서양위원회가 발표한다. 3만 단어의 ’더 긴 전보‘는 중국이 대상이고, 시진핑의 개인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제1차 냉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양립할 수 없는 체제였고 미국이 이겼다. 소련은 기술 분야는 몰라도, 경제 분야에서는 경쟁 상대가 아니었고, 군사비 지출에 부담을 느꼈다. 미국은 소련에게 불리했던 것이 중국에도 불리하게 작용하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소련 경제 붕괴를 2차 냉전에서 중국 경제와 비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947년부터 1991년까지 소련 1인당 연평균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4%였고, 미국은 2.1%였다. 그러나 소련은 1976년까지 5.5% 증가했지만, 이후에는 0.9%이다. 해체되기 직전 2년 동안은 연간 4.3%가 줄어든다. 소련은 미국과 경쟁하려다가 폴 케네디 표현처럼 ’한도를 초과한 제국주의‘가 되어 붕괴한다.
같은 기간에 미국은 저축과 생산성 두 기둥이 강력하게 지탱하면서 균형을 이루었다. 고정 투자와 국방비 자금도 국내 저축으로 마련하면서 성장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탄탄한 생산성과 노동력 성장의 결합은 강력한 성장 잠재력이 되었다. 1970~80년에 고물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회복력이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현재 상황이 제2차 냉전인지를 두고 일치된 의견은 없다. 2019년 헨리 키신저는 미국과 중국은 이미 ”새로운 냉전의 구릉‘위에 서 있다고 했다. 2차대전 당시 유럽이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냉전 꼬리표를 붙이려 하지 않는 의견도 많다. 영토 야망, 냉혹한 이념 경쟁이 없고, 동반 의존적이다. 냉전에서 승리가 쉽지 않고, 장기전이 되면 전 세계가 엄청난 손해를 입는다. 그러나 오커스 동맹과 중·러의 무제한 협력 관계는 전통적 지정학적 논쟁을 훨씬 뛰어넘는다.
시진핑이 신형대국관계에 집착하는 것은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강대국 지위에 오르려면 동반자 지원이 필요했고, 굳이 전쟁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신형대국관계는 다른 강대국 역할을 무시한다는 것 외에 세 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첫째, 중국은 국내적인 역량이 세계 지도국으로서 역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당시 중국 경제는 세계 최고 자리에 서기 직전이었지만, 미국과 동등한 지위까지는 갈 길이 멀었다. 너무 이른 지도국으로서 중국은 국가 성장과 1인당 성장 사이의 지속적인 격차가 크다. 자국 규모와 군사력을 국제적 지도력과 동일시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둘째 미국이 공유할 것이라고 잘못 판단했다. 미국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공격 행위, 신장, 홍콩, 티베트에서 인권침해가 신뢰를 깼다고 느낀다. 셋째 시진핑의 약속 위반, 특히 남중국해 군사적 도발이 가장 노골적인 사례다. 항해 자유를 위협하는 나라로 낙인되고, 또 국제 항로의 안전성에 도전함으로써 ’신형대국관계의 새로운 모델‘의 신뢰성을 스스로 갉아먹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처음에는 아시아로 회귀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으로 시작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는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봉쇄하겠다는 노골적인 시도였다. 아시아 회귀 관점에서 TPP는 중국이 WTO 규범을 어기면서 부당하게 획득한 경제력에 대응할 균형추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탈퇴하고, 중국은 가입을 신청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트럼프의 무역 전쟁 및 기술 전쟁으로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강화함으로써 중국에서는 미국이 신뢰를 깼다고 생각한다. 오커스 안보 합의 등 중국 봉쇄 전략이 3명의 대통령이 일관되게 추진하는 공식적인 정책임이 분명해진 것이다.
미국은 예외주의가 어떤 상황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중·러 협력 관계, 1차 냉전 때보다 취약해진 미국 경제적 지위를 볼 때 미국이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은 한 손을 뒤로 묶고 나머지 한 손으로만 중국을 상대해야 하는 위험한 모험을 할 수밖에 없다. 동맹 중심 협력(프렌드쇼어링)’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우크라이나 전쟁 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공급망을 조정하는 일은 많은 정치인이 상상하는 것처럼 스위치를 껐다가 켜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갈등이 한계점을 넘어서기 전에 뒷걸음쳐야 할 시점을 아는 것이 지도력이다. 갈등 근원으로 초점을 좁히는 것이고, 더 건설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만들어 상호의존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저자는 실행할 수 있는 선택지를 낮은 가지에 매달린 과일이란 표현을 써서 기후변화, 세계 보건,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협력을 촉구한다.
한국은 한쪽에 대한 강력한 지지보다는 갈등 고조를 늦추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상호 노력을 지지하는 접근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미·중사무국 상설 조직을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력]
정치학 박사
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저서<관군에서 의병으로>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