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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은 한 시대를 되돌아보게 한다. 1994년 수능이 시작된 뒤 전국 수석과 만점자는 해마다 신문 1면을 장식했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가 베스트셀러가 됐고, 만점자들은 의대와 대형 로펌으로 향했다. 우리는 시험 점수의 성실을 인격과 도덕성의 성실로 바꿔 읽었다. 그러나 1972년 이래 전국 수석급 출신으로 국회에 들어간 이는 넷이고, 그중 한 사람은 2012년 여론조사 조작과 당내 경선 부정 사태 속에 대표직을 내려놓고 조용히 사라졌다. 암기의 성실이 곧 사람됨의 성실은 아니었다.
이제 개념적 지식을 사람보다 정확히 외우고 더 빠르게 답하는 기계가 나왔다. "나 수석 출신이야"라는 말은 우물 안 개구리의 소리가 됐다. 만점은 기계의 몫이 되었다. 남은 것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것, 곧 인간다움이다.
그 공부는 고전에 있다. 맹자는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네 실마리(四端)를 말했다. 남의 고통을 차마 보지 못하는 측은지심, 양보하는 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가리는 시비지심은 시험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그는 부귀에 흔들리지 않고 위세에 굽히지 않는 사람(富貴不能淫 威武不能屈)을 대장부라 불렀다.
공자는 배움을 일상의 상식과 실천에 두었다. 『대학』은 밝은 덕을 밝혀 백성과 함께하는 길을, 『중용』은 하늘과 땅의 화육을 도와 그 사이에 나란히 서는(與天地參) 인간을 말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의 생명 그물이라는 인식,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도덕이다.
교육은 이제 답을 외우는 기계와 경쟁할 것이 아니라 인간됨을 가르쳐야 한다. 범용인공지능은 우리 앞에 나타난 위협이 아니라 삶의 혁명을 요구하는 도전이다. 만점은 기계에게 넘겨주고, 사람은 사람의 공부로 돌아가야 한다.
2026. 9. 8.
同人 씀
[약력]
육군대학 법무실장
군사법 교관
합동군사대학교 법무실장
국방부 외부 인권교수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영암일보 yailbo@daum.net
2026.09.23(수) 1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