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을 끼고 사는 영암

기고
영산강을 끼고 사는 영암
  • 입력 : 2021. 01.19(화) 11:49
  • 영암일보
이정식
목포환경운동연합
영암군은 언제부터 내륙이 되었다. 삼호 일부만 빼면 영암군이 바다를 접하고 있다는 말이 쉽게 와닿지 않는다. 언제부터 영암을 싸고 있는 영산강과 목포 앞바다는 영암에 멀리 느껴진다. 영산강과 호수는 생산성을 잃고 그저 영암군 경계로만 존재한다. 해남과 접한 영암호는 영산강과 연결되었으니 영산강은 영암과 같이 한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영산강과 호수는 영암이나 목포에 무엇인가. 옆에 있지만 없는 것 같이 지켜보기만 하여야 하는가. 나에게 영산호는 오염된 물이라는 기억밖에 없다.

왜 내가 사는 바로 옆에 큰 강과 호수가 있는데 상수원으로 활용되지 못하는가. 물고기를 잡아서 생업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강가에서 여가를 활용하지 못하는가.

영산호는 영암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것 이외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맑은 물로 농사짓지 않으면 친환경이라는 말을 듣지 못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농업용 취수원을 영산호 상류로 옮기자는 이야기도 있다. 영산호는 오염된 물이라는 인식으로 영암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오해를 받기 쉽다. 활용되지 못하고 오염되어 영암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든다면 원래 가치 있게 쓰이던 것으로 되돌려 보는 것이 좋지 않는가.

영산호의 오염을 해결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해수 유통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많은 농민은 농업용수 공급 차질로 반대한다고 한다. 다수의 느슨한 생각보다 강력한 소수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민주주의의 속성이다. 정확한 정보와 토론으로 많은 사람의 생각을 물어보는 것이 정치의 몫인데도, 서로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정치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정치 개혁의 길이라 생각된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때문에 물은 흘러야 한다는 말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물이 흐르면 물이 깨끗해지고 여러 생물이 살기 좋아지는 환경으로 바뀐다. 그것은 예전부터 진리였고, 그 진리를 4대강 사업 때문에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하지만 영산강 하구둑에서 물이 흘러야 한다는 말이 저항을 받는다. 해수 유통을 하면 농업용수로 쓸 수 없어서 반대한단다.

요즘 추위 때문에 영산강이 얼었다. 강이 얼어 얼음 위로 눈이 내렸다. 흰색의 영산강은 또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영산강의 얼음을 보면서 얼음이 물보다 가볍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래서 얼음이 물 위에 뜨는 것이다. 바닷물은 민물보다 무겁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면 바닷물이 아래로 가라앉는다. 홍수 때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가다보면 목포항 앞에 흙탕물이 흐른다. 흙탕물이 바닷물 밑으로 가라앉지 않고 바닷물 위에 떠서 흘러간다. 민물이 바닷물보다 가벼워서 중국의 황하 물이 바닷물과 섞이지 않고 제주까지 오는 것이다.

영산강 하구둑을 열어 영산호에 바닷물을 넣으면 민물 위로 바닷물이 올라오지 않는다. 섞이지도 않는다. 한여름에도 영산호 밑 10m 정도 이하는 항상 4℃ 정도를 유지한다. 심수층이라 한다. 심지어 그 물도 위로 올라오지 않는데, 그보다 무거운 바닷물은 더더욱 민물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 영산호의 표면 물은 농사를 짓는데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물에 섞여 있는 오염물질은 대부분 유기물이다. 생물체는 유기물로 되어있으니 생물체 몸의 일부분이라는 말이다. 그것은 물에 사는 생물들의 먹이가 된다. 오염물질을 먹으면 먹는 생물체의 몸이 된다. 그래서 오염물질은 정화되는 것이다. 다양하고 많은 생물이 있으면 강 상류로부터 오는 오염물질이 쉽게 생물체 몸으로 바뀌는 것이다. 정화 활동이 가장 잘 일어나는 곳이 강 하구이다. 오염이 많이 된 곳의 강 하구는 게가 널려있다. 그 게를 낙지가 먹고 낙지를 사람이 잡아먹으니 나의 배설물이 결국 낙지가 되어 나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그런 하구를 둑으로 막으면 상류로부터 내려오는 오염물질이 썩어 강이 기능을 하지 못한다. 냄새가 나고, 물고기가 죽고, 부유물이 흘러다닌다. 그것이 지금의 영산강이다.

영산강이 영암군에게 그냥 옆에 있어 있는 것이 아닌 소중한 강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은 너무 단순하다. 상류로부터 오는 오염물질이 쉽게 정화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하구둑을 막기 전에는 그렇게 되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물고기가 있었고, 사람이 그곳에서 살았다. 하구둑이 없으면 그렇게 된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그렇게 된다. 갑자기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이 우려스러우면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조절하면 된다. 물은 정화되고 호수 위의 물은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너무 쉬운 일이다.

강은 흘러야 한다는 개념이 영산강 하구둑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물이 흐르면 오염되었던 영산강 물은 정화되고 영암군이 영산강과 바다를 동시에 가지는 곳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영산강의 하구 [사진:위키백과]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