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르르, 우리 집 무너지는 소리”

기고
“와르르, 우리 집 무너지는 소리”
  • 입력 : 2021. 02.15(월) 09:51
  • 영암일보
금정면 이영주 면장

위기는 기회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학교에서 돈을 훔치다 들켰다. 항상 착한 아들이 상상하지도 못한 일을 저질러서 우리 집이 무너지는 듯한 큰 충격을 받았다. 화가 나서 야단치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도 충격이었지만, 아들이 이 일로 자신감을 잃고 기죽지 않을까 걱정돼서 말로가 아닌 편지로 나의 마음을 전했다.
며칠이 지났지만 아들이 기죽지 않고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해서 다행이었다.


석현아, 나는 어른이 되어 ‘아빠’가 되면 소중한 사람에게 말이 아닌 글로써 내 생각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었어. 나의 가장 소중한 보물인 네가 이번에 실수를 한 것 같아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구나. 이렇게 편지 쓸 계기를 만들어 줘서 고마워.

너의 행동이 옳건 그르건 그동안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는데 실행하도록 한 것만으로도 이번 사건이 아주 소중하다고 가치를 매길게.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나를 많이 닮았어.

약간? 겁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신중하다는 말이니까 무모한 것보다 낫다고 생각해. 정말로 용기를 내야 할 때에는 반드시 용기를 낼 거라 믿기 때문에 오히려 네가 나보다 더 현명한지도 모르겠어. 나처럼 너는 성격도 좋고 친구도 많고 유머도 많아. 음식먹는 것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고 특히 만들기는 정말 잘하더라. 대단해.

엄마한테 네가 한 일에 대해 들었을 때 정말 놀랐어.

그렇게 착한 애가 도대체 어쩌다 그랬을까? 친구와 같이 했다는데 석현이가 주동한 것은 아닌가? 혹시 친구들에게 왕따 당해서 기죽지는 않을까? 이번 사건에 대해 부모로서, 사회의 선배로서 어느 선까지, 어떤 방법으로 말해야 할까?’

그래서 ‘내가 너라면 잘못했을 때 내가 어떻게 해줘야 네가 강하고 훌륭한 사람이 될까? 어떻게 해야 나를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려워하지 않고 친구처럼 좋아할까?’를 생각해 봤어.

“좋은 아빠와 훌륭한 아빠”, 동시에 둘 다 되기는 참 어렵더구나. 너희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그것이었어. 평소에는 좋은 아빠가 되고 중요한 순간에는 비록 나쁜 아빠가 되더라도 너희에게 필요한 말과 행동(?)을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어. 넌 아빠의 행동이 뭔지 알지?

석현아, 이번 일은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네 인생을 지옥으로 만드는 영원한 위기가 될 수 있고, 천국으로 만드는 엄청난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거야. 이번에 들키지 않았다면 너는 계속 나쁜 짓을 했을 것이고, 차츰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게 되어 영원히 잘못된 삶을 살았을 거야. 아마도 네가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들킨 것 같아. 그 덕에 너는 이번 행동이 엄청나게 큰 잘못이라는것을 깨달았고 다시는 이런 잘못을 안 할 거야. 뿐만 아니라 너의 잘못을 스스로 용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선행을 많이 쌓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고. 그럼으로써 네 인생 전체가 선행을 실천하는 훌륭한 삶이 될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이 정도면 이번 위기는 엄청난 기회가 맞지? 너무 멋지다. 그치?

어렸을 때 그랬어. 그러니 다음부터는 친구를 사귈 때 좋은 친구를 사귀고, 친구가 나쁜 짓을 하자고 하면 잘 타일러서 나쁜 일에 빠지지 않도록 잘 이끌어 줘. 그러면 나중에 그 친구는 너를 훌륭한 친구로 생각할 거야.

석현아! 세상에 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했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라고. 너는 이제 겨우 12살이야. 우주에 다 집을 짓는 건축가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면 너무 멋지지 않니? 물론 못 할까 봐 걱정도 되겠지만 꿈인데 뭐 어때? 꿈마저도 꾸지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빠가 항상 응원해 줄게.

네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친구가



- 책 <좋은 아빠 훌륭한 아빠> 중에서

영암일보 yailbo@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