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석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기고
묘비석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
- 심심풀이 우리역사
  • 입력 : 2021. 02.22(월) 12:50
  • 영암일보
김오준 시인
금정면 출생 / 광주문인협회 이사
우리는 오가며 묘비석을 가끔 대하곤 한다. 비문의 앞면에는 고인과 부인의 휘자와 경력이, 뒷면에는 ‘졸기’라 하여 약력이 새겨 있다.

옛날에는 벼슬한 관직명을, 오늘날은 직급명을 일반적으로 표기하는데 종중에 따라 각각 다르다.

비문에 새겨 있는 관직의 품계는 ‘가자’라고 하여 나라의 경사가 있거나 신하가 큰 공을 세운 경우와 임기가 차 임지 변경시 한 계급씩 승차시켰다.

‘동반’이라 불리는 문관 위주로 대강 살펴본다.

신분제가 철저했던 양반의 나라 조선 문관들의 품계는 경국대전에 수록하여 관리했으며 품계에 따라 나이는 상관없고 같은 품계라도 문관이 무관보다 상급자에다, 상계의 하계에 대한 갑질이 극심했었다.

이 때문에 한편으로는 오로지 중앙관료 진출과 승차만을 위해 온갖 방법으로 줄을 대며 부정부패와 비행을 일삼은 채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 몇 대조 할아버지가 ㅇㅇ 벼슬을 지냈다”며 가문자랑을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그 이유는 역사에 등장하는 조선 관리들 중 몇몇 분의 청백리를 제외하면 녹봉체계 등 구조적 요인으로 탐관오리에 공명첩, 족보위조 등으로 대부분 가짜 벼슬을 지냈기 때문이다.

청백리 아곡 박수량 선생의 묘와 백비

그러나 말단 참봉 벼슬이라도 현직에 있을 때는 말할 것 없고 은퇴 후에도 그 위세가 대단했으며 죽은 후까지도 품계에 따른 장사법이 엄격하여 비문, 졸기, 묘지의 둘레, 상석, 문인석, 망주석 등 규제가 심했고, 18세기 이후에는 조상묘에 대한 산송이 전체 재판의 80%가 넘어 나라에서도 골칫거리였다.

품계는,
정1품은 대광보국숭록대부.
종1품은 보국숭록대부.
정2품은 정헌대부, 자헌대부.
종2품은 가의대부, 가정대부, 가선대부.
정3품은 통정대부.
종3품은 중직대부, 중훈대부.
정4품은 조산대부, 조봉대부.
정5품은 통덕랑, 통선랑.
종5품은 봉직랑.
정6품은 숭의랑, 숭훈랑.
정7품은 무공랑.
종7품은 계공랑.
정8품은 통사랑.
종8품은 승사랑.
정9품은 종사랑.
종9품은 장사랑이다.

정3품 통정대부 이상은 당상관의 품계로 어전회의에 참여하지만, 통훈대부 이하의 품계는 당하관으로 6품 이상은 참상관으로 임금을 면접할 수 있었으나 그 이하 당하관은 면접도 불가했다.

호칭도
정2품 이상은 대감.
정3품 이상은 영감.
종3품 이하는 나으리라 불렀으며,
마님의 칭호도 정3품 이상 관리의 부인에게만 사용해야 했다.

또한 외명부라 하여 관리들의 처에게도
1품의 처는 정경부인.
2품의 처는 정부인.
정3품의 처는 숙부인.
종3품의 처는 숙인.
4품의 처는 영인.
5품의 처는 공인.
6품의 처는 의인.
7품의 처는 안인.
8품의 처는 단인.
9품의 처는 유인을 내려 의복의 복식과 가채라 하는 머리 장식과 장신구의 착용도 제한했다.

가선대부와 정부인 품계의 묘비석

묘비석을 보면 고인의 이름 위에 ‘휘’ 자가 새겨져 있는데 돌아가신 어른의 이름에 대한 존칭이며, ‘공’은 나라에서 종2품 이상에만 내리는 시호고, 국난을 위기에서 구한 자나 종친들에게는 ‘군’을 하사했다. 공과 군의 칭호를 받은 자는 역모죄가 아니면 처형을 면했다.

조선 시대의 과거급제는 너무 힘들어 거의 백면서생으로 생을 마감했기에 장가들 때 하루만 관복의 착용을 허용했고, 돌아가셨을 때 그 영혼을 달래기 위해 ‘학생’의 칭호를 쓰도록 하였으며 배우자에게도 ‘유인’이라 써주었다. ‘학생’은 과거 소과인 진사시나 생원과를 합격해 성균관에서 대과를 준비하던 ‘태학생’의 신분 이름에서 기인했다.¹⁾

1) 편집자 주 : 유인(孺人) 역시 조선시대 외명부(外命婦)의 벼슬이다. 보통 9품의 벼슬을 한 문무관의 처를 유인이라 하는데, 이러한 칭호를 일반 여자들에게도 붙여준 이유가 어찌 보면 한평생을 백면서생 애물단지 뒷바라지로 고난과 애환 속에서 집안을 꾸려나간 여인네들의 삶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 품계가 새겨진 말각형 비석



김오준 시인

금정면 출생
다산학회 회원
영암학회 회윈
광주시인협회 회원
광주문인협회 이사
한국지역문학회 이사

영암일보 yailbo@daum.net